이장욱 - 음악에게 요구할 수 있나?

사무엘럽 2021. 5. 3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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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 당신에겐 매일 먼 곳과 가까운 곳이 생기고

 나는 자꾸 일치하는 밤

 그것을 음악에게 요구할 수 있나?

 신축 건물 옥상의 다른 연주법

 반음계가 어긋난 교차로

 죽은 사람의 귀에서 태어나는 수천 개의 옥타브

 

 밤은 언제나 하나씩의 방이었지.

 누가 그 방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음악이 되어 나왔다.

 그는 명령을 모르고

 작은 동물들의 직감을 닮았고

 예측할 수 없는 맥박을 지녔지만

 

 지금은 옥상에서 보이는 모든 것

 조금 더 불가능한 바로 그것

 그것을 음악에게 요구할 수 있나?

 살인자가 음악을 이해하고

 독재자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 속에서 지금 누가 죽어간다는 것

 

 리드미컬하게 다가오는 건 언제나

 가까운 곳과 먼 곳이 바뀐다는 뜻

 이제 가능해진다는 뜻

 자정의 옥상에 서서

 불빛들을 하나하나

 세어보는 방식으로

 도미솔이라든가 솔시레 같은 것으로만 존재하는

 이 무수한 허공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