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유림 - 도넛 거울
사무엘럽
2021. 5. 24. 07:29
나는 도넛을 떨어뜨렸다. 마침 덤불에서 까마귀가 보였다. 까마귀가 하나 둘 많았다. 둘까지만 해도 많았다. 나는 너와 있으면서 둘만 해도 많았다. 내가 말했다. 까마귀가 많았다. 응응. 나는 마침 어른이 된 모양이다. 그것이 떨어진 도넛을 닮은 모양이다. 자꾸 반복하는 모양새가 보기 좋구나. 네가 말했다. 그래 나는 떨어뜨려도 도넛인 것을 주웠다. 이제 그것은 이름이 길어져버렸고 마침 까마귀가 나왔다 들어간다. 어디로? 네가 묻지 않고 날아가버린다. 이상하다 그건...... 말하기 어렵지만 나왔다 들어간 말인 것 같았는데. 나는 잘 걸어간다. 덤불은 끝장이었고 그래서 작았다. 잘 들여다보자. 걸어가는 나는 잘 보인다. 왠지 사랑 하나가 끝난 것 같다. 그래도 남은 하나가 밝았다. 나는 또 숨어서 코를 팠다. 너는 다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