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영주 - 여름
사무엘럽
2021. 5. 22. 23:23
악천후 속에 있다. 엄마는 찬물로 쌀을 씻었다. 우는 것은 쉽다. 엄마는 양파를 썰며 말했다. 악천후 속에서 우는 일같이, 쉬운 일은 하지 마. 엄마는 국을 끓였다. 모든 폭풍이 이 작은 집 안으로 모여들었다. 나는 물을 쏟았다. 창밖에서 목이 긴 나무가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몹시 흔들렸다. 나는 물속에 엎드린 채 영원을 둘러싼 기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는 식탁을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물이 흘렀다. 악천후 같은 영원은 이번 삶에서 끝나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길게 땋은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