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영주 - 잔업
사무엘럽
2021. 5. 22. 21:31
시간이 곡선으로 휘어지기 시작한 때부터 시간은 정지했다.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 진흙에 얼굴을 묻었다. 이 그릇은 빽빽하다. 천사들이 흘리고 간 것이라는데, 남자였고 여자였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나는 무릎밖에 없는 짐승처럼 안으로 기어갔다. 돌아올 수가 없었다. 매일 출근하고 길에서 사라지는 노동자들. 시간이란 영원 중에서 가장 뒤에 처진 채 달려가는 부분이라는 문헌을 읽고 토했다. 곡선으로 휘어진 후 가닿을 곳이란 정지해버린 하루 안쪽인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서 천사들이 날개를 깎아내고 있었다. 일하기에 거추장스러워. 자꾸만 날아오르려는 힘 때문에. 깃털들이 눈처럼 흩어졌다. 앙상한 어깨를 창틀에 기댄 채 노래를 불렀다. 가장 영혼다운 부분은 인간이 아닌 부분이지. 세상을 닮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탕비실에서 냄비가 펄펄 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