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 유광 자원

사무엘럽 2021. 5. 22. 09:30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이영주 시집, 문학과지성사 108번째 사내 : 개정판 언니에게:이영주 시집, 민음사 차가운 사탕들, 문학과지성사

 

 

 하루 종일 어깨를 빛에 대고 있으면 부패의 흔적. 그는 조용히 눈을 뜬다. 빛에서 썩은 날개가 떨어지고 있다. 횡단보도에서는 늙은 개가 일어나지 못하고 뜨거워진다. 지금 내 얼굴은 붉은가. 그가 중얼거린다. 건널목에 핏자국이 빠르게 퍼진다. 공무원은 어디 갔지. 아무도 저 뜨거운 순간을 기록할 수 없는 거지. 그는 손가락을 빨고 있다. 침을 흘리며. 이런 악취는 빛에서 떨어지나. 툭툭 철근을 걷어차다 보면 냄새를 만지게 된다. 이곳으로 모이는 모든 고물은 감각의 일종. 부스러기들이 웅성대고 있다. 놀란 사람들이 늙은 개의 정수리를 긴 막대기로 건드리고 있다. 불행의 감각은 너무 가까운 감촉. 그는 무너져내리는 어깨뼈를 문에 기대고 있다. 이 문은 닫힌 적이 없다. 건물 관리인은 어디로 간 거지. 침이 줄줄 옷 속으로 스며드는데. 샤워 꼭지를 만지다 보면 알 수 있지. 울지 않고도 깊어질 수 있다. 이 맑고도 끈끈한 부정의 얼룩들 매일매일 손금처럼 번지는 핏자국들 그는 조금씩 부서지며 개의 다리를 끌고 온다. 이렇게 이번 삶이 끝나지 않는다면 이 고물은 좀더 생생한 감각이야. 지금 그의 얼굴은 붉은가. 고물상 한가운데에 묘지를 파는 그의 손은. 버려지지 않은 것들은 어디로 갔지. 아무도 이 이상하고 슬픈 순간은 기록할 수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