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영주 - 폭염
사무엘럽
2021. 5. 22. 07:19
수염이 없으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옛이야기를 노인이 되어서야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떨리는 손으로 수염을 깎으면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첫번째로 기도를 하겠습니다.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스스로 울 수 있는 순간부터 그는 길에서 울고 있습니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나는데, 두번째 기도를 하려고 합니다. 다시는 울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는 수염을 깎고 인공 눈물을 넣고 두 손을 모아 흐릿한 시야를 가늠해봅니다. 어지러운 햇빛이 쏟아지네요. 비밀이 있다면, 세번째 기도를 할 수 있을까요. 매일매일 골목길의 잎들을 쓸어내고 건물의 유리창을 닦으면서 바깥으로 던져진 시간을 확인합니다. 인간이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다고 합니다. 왜 이곳의 꽃은 항상 쓰레기 더미 위에서 피어날까요. 목련 나무 아래 놓인 쓰레기를 버리며 생각합니다. 슬픈 기도가 두 손에서 흘러나오는 이 한낮은 너무 뜨겁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