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욱 - 아케이드를 걸었다

사무엘럽 2020. 11. 18. 02:24

 

무족영원:신해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Syzygy:신해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간결한 배치, 민음사 일인용 책:신해욱 산문집, 봄날의책 해몽전파사 신해욱 소설 양장본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아케이드를 걸었다

 

 가게가 많았다

 

 물건이 많았다

 

 사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잘 떠오르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무지개떡 같은 것

 리본 같은 것

 아니면 장래 희망 같은 것

 

 웃음이 나려고 했다

 

 주마등 같은 것

 축복 같은 것

 휘두를 수 있는 낫과 호미와 

 녹다가 만 얼음 같은 것

 

 아케이드를 걸었지 허락도 없이

 

 전단지를 밟았다

 

 비닐우산이 일제히 펼쳐지는 소리를 들었다

 

 영원한 충격에 사로잡힌 얼굴을 보았다

 

 아케이드를 걸었다

 

 누구나 나를 앞질러 갔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