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영주 - 은, 멈추지 않는 소년
사무엘럽
2021. 5. 19. 04:51
소년의 그림자가 너무 깊어 나를 덮을 때
이것을 나무라고 불러야 할지
무한으로 뻗어 나가는 알 수 없는 정서라고 불러야 할지
숲은 흔들립니다
내가 눈먼 사람이 되어 잠망경으로 그림자의 바닥을 들여다볼 때
소년이 나무껍질을 파내며 새처럼 목이 길어질 때
어디에서부터 불을 붙일까 무한을 더듬으며
숲이 넓어집니다
소년은 제 안의 계단이 너무 많아
그림자를 하나씩 흘리고 올라갔는데
이것은 구름의 일부분
자꾸만 숲의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맙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곤충처럼 그의 그림자에 무늬를 짤 때
여름이면 어지럽고 겨울이면 회오리로
자꾸만 슬픔으로 원을 그릴 때
영원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소년의 계단은 결벽처럼 희게 물들고
그것이 끝나지 않는 우리의 산책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