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영주 - 숙련공
사무엘럽
2021. 5. 19. 02:42
기계음이 퍼져나간다.
밤이면 더욱 먼 곳까지.
소년이 있다.
사람이 되려면 조금 더 자라야 하는 괴물이라고
서로의 침과 피를 주고받는
밤의 빛.
폐공장은 문을 닫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지. 어차피 기계는 멈추었고 머리를 뚫고 퍼져나가는 음악은 끝나지 않거든. 소년은 발밑에 엎드린 아픈 개를 보고 있다. 개는 힘차게 죽은 음악에 따라 떨고 있다. 우린 모두 갈 데가 없구나. 바퀴처럼 밑에서 굴러가기만 원했는데도. 아무리 굴러가도 절벽이지만. 그래도 벌벌 떨 수가 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멈추었구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라이터를 켰다 껐다, 밤의 유일한 빛.
소년이
용접은 필요 없어서 가면도 벗어버렸지. 혹시 죽고 싶다면 이야기해. 개가 짖는다. 민얼굴로 웃으며 빛이 나는 밤에는 모든 것이 멈추니까. 폐공장은 부서진 담벼락이 많으니 머물기 좋지. 어둠과 구분되지 않는 창문 안에서 개와 소년이 춤을 추고 있다. 이렇게 굴러가보자. 기계음이 울고, 끝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자랄 수 있을 거야. 검은 머리통을 뚫고 터지는 음악을 따라가보자. 개처럼 절벽에서 굴러떨어진다면
어둠 밖에 어른들이 모여 있다.
어른들은 늘 모여 있고
사람이 되려면 조금 더 죽어야 하는 괴물이라고
소년은 절벽에 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