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임승유 - 소설가
사무엘럽
2021. 5. 18. 19:33
어제부터 기다렸습니다. 제가 아는 소설가를
저는 드물게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입었고 저기 8번 출구 방향으로 난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는 사람 중에
소설가가 있을 것 같아요. 저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아니 저 사람이 아닐 리 없어요. 제가 아는 소설가는
누구라도 상관없지만 뒤를 돌아보다가 저를 향해 어, 누나? 혹은 아, 언니! 그래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고
얼른 뛰어 올라가서 같이 걷다가
아까 지나오면서 본 건데 카레 가게는 어떨까요? 괜찮지요.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을 지키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꿔
조금 더 걸어간 다음에 들어갑니다. 레몬 조각이 들어간 물을 따르고 수저를 놓다가 요즘 읽은 소설 중에 뭐가 좋아요?
아 소설은 다 좋지요. 소설가가 카레를 맛있게 먹고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는 길에
언니 혹은 누나가 쪼그려 앉아 뭔가를 쓰다듬는 장면도 좋고 집으로 돌아가 창문을 열고는 바람이 시원하네 그러면서
책상에 앉게 되는 장면 같은 것
소설가에게 여름은 무조건 시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안 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