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유 - 여기

사무엘럽 2021. 5. 17. 23:39

 

[문학과지성사]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547, 문학과지성사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임승유 시집, 문학과지성사 그 밖의 어떤 것 - 임승유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9)[ 양장 ]

 

 

 두 팔을 감싸 안으며

 

 카디건을 걸치면 더 있을 수 있을 텐데. 말해보는 여기. 여기는 마음에 든다. 없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물이 없어서 물을 따라왔다. 물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고

 

 카디건의 성질은 따뜻하다. 알맞게 높은 온도는 마음이 놓인다. 마음을 놓자 뭔가 달라진다. 변한다. 여기서 여기를 놓친다. 여기를 돌려놓으려고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어디 갔다가 왔을 때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아무것도 못 했던 때가 물처럼 고여 있다. 빠져나가지 않도록 물을 더 따랐다. 물속에 물이 있다. 여기는 여기서 아무 데도 못 간다.

 

 여기는 찾아온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