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임승유 - 여기
사무엘럽
2021. 5. 17. 23:39
두 팔을 감싸 안으며
카디건을 걸치면 더 있을 수 있을 텐데. 말해보는 여기. 여기는 마음에 든다. 없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물이 없어서 물을 따라왔다. 물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고
카디건의 성질은 따뜻하다. 알맞게 높은 온도는 마음이 놓인다. 마음을 놓자 뭔가 달라진다. 변한다. 여기서 여기를 놓친다. 여기를 돌려놓으려고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어디 갔다가 왔을 때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아무것도 못 했던 때가 물처럼 고여 있다. 빠져나가지 않도록 물을 더 따랐다. 물속에 물이 있다. 여기는 여기서 아무 데도 못 간다.
여기는 찾아온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