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임승유 - 야유회
사무엘럽
2021. 5. 16. 18:24
빙 둘러앉아서 수건 같은 걸 돌리고 있다가 한 사람이 일어났으므로 따라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어지러웠는데
사과라면 꼭지째 떨어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게 시작이라는 걸 모르는 채
흙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지나갔고 그게 영동에서의 일인지 빛을 끌어모아 붉어진 사과의 일인지
한 사람을 따라갈 때는 어디 가는지 몰라도 됐는데 한 사람을 잃어버리고부터는 생각해야 했다. 이게 이마를 짚고 핑그르르 도는 사과의 일이라도
사람을 잃어버리고 돌아가면 사람들은 물어올 것이고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할 수 없는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