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유 - 야유회

사무엘럽 2021. 5. 16. 18:24

 

[문학과지성사]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547, 문학과지성사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임승유 시집, 문학과지성사 그 밖의 어떤 것 - 임승유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9)[ 양장 ]

 

 

 빙 둘러앉아서 수건 같은 걸 돌리고 있다가 한 사람이 일어났으므로 따라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어지러웠는데

 

 사과라면 꼭지째 떨어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게 시작이라는 걸 모르는 채

 

 흙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지나갔고 그게 영동에서의 일인지 빛을 끌어모아 붉어진 사과의 일인지

 

 한 사람을 따라갈 때는 어디 가는지 몰라도 됐는데 한 사람을 잃어버리고부터는 생각해야 했다. 이게 이마를 짚고 핑그르르 도는 사과의 일이라도

 

 사람을 잃어버리고 돌아가면 사람들은 물어올 것이고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할 수 없는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