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 파수
우울의 시스템은 수렴에 기초해 있는데
이곳은 포구였다 모여드는 곳이었다 모여드는 것들이
직업소개소와 철학관과 노래방과 비뇨기과와 공중전화와 시계방과 성생활용품점과 여행사와 부동산과 가발집과
충분하다 실패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없다는 건 실패는 없음과 상호작용을 통해 없어짐을 거부하려는
충분해도 더 충분한 수렴이 필요한 이곳은 포구였는데
옆방의 고음은 노래다 우울은 최대한 주관적인 편집이라
편집된 노인들이 삼삼
오오를 편집해 오오
삼삼으로 콜라텍에서 충분히 몸을 흔들고도 흔들리는 전등 아래서 충분치 못한 사람을 붙잡고 함께 흔들리고 싶어지는
편집이다 기어코 이루어지는 편집을 드라마라 해도 좋다 이곳은 배경이었는데
블랙홀을 본 적 있다 직접은 아니고 사진이었는데, 사진에 포착된 순간의 블랙홀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는 허기였는데
그동안 블랙홀로 알고 있던 것은 연약한 인식이었을 뿐이다 본 적도 형상화도 되지 않는, 그러니까 이런저런 힘의 방향을 안쪽으로
인식될 수 없는 안쪽으로 수렴하려는
빛도?
빛도
빛이 있던 곳, 웃자라는 풀 한포기 없고 웃자라기엔 낡아버린 건물들이 늘어선 이곳은 충분한 곳이었다 저 아파트는 누구나 입주하고 싶던
높이다 수렴되고 싶던,
뭘까 뭐여도 괜찮은 것 같지만 사실 이곳은
사실이었다 사실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인식이 저 낡아빠진 아파트를 여전히
지켜내고 있다 인식이 검은 구멍을 통과해
기어코 검은 구멍을 통과하려는 다름, 다름, 다름이 하나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겨우
틀림을 통과해
모두가 틀렸다는 편집으로 완성된다 이곳은 충분했던
충분이었다 인식이었고
인식이다 나의 인식은 매일 수렴된 우울을 만나 편집되는 우울을 완벽한 우울로 지켜내려는
지켜냄이다 충분도 충분치 않을 수 있는 이곳은, 이곳을 수렴하려는
수렴, 그 이상인
나의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