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 캐러멜라이즈

사무엘럽 2021. 5. 12. 15:20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이영재 시집, 창비

 

 

 설탕에 대한 약간의 오해 중, 아니다 설탕은 충분한 오해이기에 솔직하다 충분히

 희다

 

 아름다움이란 것은 대단해서 아름다움에 처하면 누구나 안쪽으로 휘말릴 수밖에 없다 너무 밝은 날, 밝음이 밝음에 육박한 날이었는데 아름다움을 넋 없이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저 희고 아름다운 것이 분명 아름답지 않았을 텐데 어쩌다

 아름다워졌을까 왜 굳이,

 미화된 거지?

 

 당신은 비웃고

 순수하게 표백된 휴지로 입가에 묻은 짜장을 닦았다 흰 입술로 결백하냐는 질문을 했는데

 짜장엔 설탕이 들어가면 맛이 좋다고, 나는 대답이었나

 

 각설탕을 혀에 올려놓으며 질문이나 날리는 인간은 연민을 바라는 것 같다 저 가엾은 인간은

 믿을 수 없다

 

 내가 죽지 않은 사람을 믿지 않는 건, 질량이 질량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질량이라는 건 탓을 전가하기에 탁월한 허위로 이루어져 있다 텅 빈 풍선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과도한 사과잼을 삼킬 필요는

 없다 없음을,

 

 위증했지?

 위증했지

 

 당신의 순수를 비유해줄 캐러멜을 만들기로 했다 대단하겠지 투명에 투명을 덧대고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덧대고 투명을 기어코 투명에 덧대며 갈변하는

 나의 결백

 결백하는 당신은 갈변 중이다 불투명해지는, 불투명해지고 마는

 

 괜찮아 질량이 전복되면,

 질량이 된다 아름다움에 관한 달콤한 오해를 나누며 살아 있는 모두가 살아 있다는 기분에 중독된 채로

 

 캐러멜을 혀에 올린 당신의 표정이, 그 지나친 달콤이

 나도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