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 - 내 동생은 쥐포를 먹으면서 죽었고 우리는 아무 전망 없이 발전했다

사무엘럽 2020. 11. 18. 00:56

 

오트 쿠튀르:이지아 시집, 문학과지성사

 

 

 어느 날 하수구에 빠진 후로

 

 벽돌을 만들 때에는 물과 빛의 조화가 중요하다. 잠자는 당신을 뒤에서 안아보고 싶은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고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놀라게 하고 싶은데, 나의 하루는 인기 없는 꽃집의 반복되는 수다일 뿐

 

 수요일엔 싱싱한 성게를 먹으러 갈까

 어부가 열어보던 노란 살의 고소하고 쓸쓸한

 

 수락산 벽돌 공장 아이가 수갑을 풀듯이, 아래로 더 아래로. 물 밖의 천적이 나타나도 제일 아픈 곳에 추를 놓는 바다가

 

 손바닥을 맞대보다가 떨어뜨린 섬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바다표범이 돌아다니다 주워 온 주먹들이 의지 없이 떠오를 때

 

 생물을 털어내면서

 

 오줌 좀 누려고

 가정을 만들고 살았지

 

 우리는 너무 오래 태어나는구나. 별들이 금속처럼. 서성대면서. 새벽에 울리는 전화는 죽은 이의 기척이라는데. 수심을 확인하러 간 잠수부는 돌아오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