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 검열

사무엘럽 2021. 5. 12. 00:38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이영재 시집, 창비

 

 

 타조는 타조과의 새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요건이 충족돼 있으며 날 필요를 잃어버린 요건이 충족돼 있다 타조는 충분한 노동자로서 먹기 위해 일하며 자기 위해 일하며 싸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된 생각을 생각하는 과정이다 타조는

 과정의 일부가 충분히 교육되었기에 스스로의 타조성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규정된 범주 안에서 타조를 의심하고 인식된 타조를 검열하고 있는

 타조다 타조의 안쪽에는 타조가 의식화돼 있고 무의식적으로도

 타조를 잃지 않는다 적이 쫓아오면 날지 않아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긴 두 다리를

 검열한다 달릴 수 있는가, 달릴 수 있다, 달린다 도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과정은 객관이다 타조 안에서 타조가 아닌 타조가 타조를 보고 타조의

 뺨을 긁적이거나, 샤워를 하다가 대가리를 뒤로 빼서 항문 주위의, 그러니까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 것, 것, 것을 뽑아버리려는 시도와 노력은 타조의 것이 아니라 타조 안의

 검열이다 엄격이다 타조는 타조를 의심할 수 없는 충족이어서 욕심이 없고 욕망은

 타조다 타조로 가득 찬 착각으로, 입력된 타조를 통과한 타조는 일기를 쓰기도 한다 오늘과 하루, 쪼개진 하루를 문장 단위로 쪼개고 쪼개진 문장을 습성의 단위로 쪼개

 반성한다 반성하는 타조를 지켜보는 타조는 만족된 반성이기에, 반복,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반복,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타조는 타조의 형태를 유지하는 와중이다 연속되는 검열과 연속되어야 할 검열과 동시에 합리화되는 검열이

 타조는 획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애초에 타조였기 때문에 안쪽의 타조는 바깥의 타조보다 안쪽의 타조를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랑하는

 타조다 타조는 타조의 소급이어서, 날개가 커지고 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는 과정을 통해

 적이 쫓아오면, 타조는 언제고 달리는 타조이기에, 안쪽의 타조는 안전한 타조 안에서

 날지 않는다 안은 좁고 습하고 웅크린 자세일 수밖에 없기에 방어적 자세가 체화된 타조를 베낀 바깥의

 타조가 공격적 변명을 부자연스러운 부리 모양으로 쪼아도, 타조의 형태는 탄생 이전부터 날 수 없는 요건이 완벽히 검열되어 있기에 타조는

 언제고 괜찮다 타조다 타조를 보고도 모르는 척

 괜찮다 날개를 펄럭이면 바람이 인다 축축이 젖은 타조의 내장을 갉는 타조는 검열의 조건대로 타조의 고개를 끄덕인다

 응

 응

 응

 왕성한 식욕을 통과한 타조가,

 타조가 타조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확실한 검열은, 언제까지나 반성을 지속시키는 태도다 타조는 타조를 신뢰하고 믿는 유일한 경우로 이루어져 있어

 오늘의 타조는 잘 우스꽝스럽게 타조에게 쫓기고, 노동하고, 유지하고, 유지하고, 하는, 하는, 자칫 능동적

 진행형이다

 상태는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