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장욱 - 간발의 차이
사무엘럽
2021. 5. 9. 09:36
매일 간발의 차이로 살아가. 문밖과 문 안에서, 침대 위와 꿈속의 망망대해에서, 모퉁이를 돌자마자 급정거한 트럭과
나 사이에서,
나는 아이이자 노인이지. 여자와 비슷하고 구름과도 비슷해. 눈 내리는 사망시각과 네가 없는 오후 네시의 사이,
거기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안 사요, 안 믿어요, 시간 없어!
언제나 그런 겨울.
그 순간 너의 십년 후와 나의 십년 전이 만나는 순간은 온다.
눈처럼 온다.
무수한 사이를 만들며 온다.
너는 너를 그림자처럼 흘리고 다녔지만
나는 매번 미행에 실패하는구나.
눈사람처럼 마음을 켜고
나는 문밖에 서 있었을 뿐인데
안 사요, 안 믿어요, 꺼져버려!
골목을 나오는 순간,
눈송이 1과 눈송이 2가 격렬하게 교차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간발의 차이로,
트럭이 급정거했다.
운전석에서 누군가
십년 후의 나를 빤히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