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장욱 - 죽은 L
사무엘럽
2021. 5. 8. 11:22
마침내 너는 나를 만지지 못한다. 내 잠에 대해 한없이 개방적인,
하나의 세계가 태어났다.
아침에는 흰밥을 먹었다. 너에게,라고 말하고 너의 입에 밥을 떠넣었다.
소화한다는 건 무엇이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이것은 나의 의문.
당신은 죽은 자의 뱃속에서 태어났네. 이것은 너의 농담.
너는 농담을 좋아하는 무생물. 나는 책상이나 의자의 자세를 궁금해했지. 어디서든 최대한 움직이지 않은 채로,
이제 너는 식물을 이해할 수 있고 구름의 생각이 될 수 있다. 두려움에 대해서는, 그게 대체 무엇일까. 아무런 착각도 없이
담장의 장미는 피어난다. 허공을 계단으로 삼는 생물로서
계단을 달리는 짐승으로서
오늘은 무얼 먹나?
수수께끼들은 이제 너의 것. 파도처럼 거친 영혼으로, 나는 얼마나 빨리 너에게 도착할까. 너는 달빛에 따라 움직이는 바다를 좋아하고, 나는 조금 더 날카로운 낚싯바늘을 향해 헤엄쳐가고
저녁에도 흰밥을 먹었다. 기나긴 안식은 기나긴 물음표로부터. 내 입속의 바늘로부터.
생활이란 무엇이 어떻게 된다는 뜻일까.
장미와 의자와 거친 파도는 너에게 같은 종류.
미안해.
나는 너를 어루만진다.
너는 다른 세계의 손을 들어
오늘도 내 입에 밥을 떠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