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행숙 - 아이가 왔다
사무엘럽
2021. 5. 4. 01:37
밤마다 돌아오고, 돌아오고, 다시 돌아와서, 여름 캠프에 갔다가 피부가 까지고 그을려서 온 아이처럼 돌아와서
우글거리는 밤, 한 명의 아이도 쫓겨나지 않았으니 마침내
내 오래된 꿈의 포대가 찢어지누나, 마침내 90년 만에 집을 찾아온 맨발의 소녀를 맞으러 나 이제 달려나가리, 기쁨에 넘쳐 우르르우르르 발 구르며 흐드러진 벚꽃잎같이 머리칼 흩날리며
가벼운 소녀들처럼 춤추는 밤이 왔다
밤 중의 밤이 왔다
밤마다 눈처럼 쌓이는 것이 있었으나, 밤마다 눈처럼 녹는 것이 있었으나, 흰 눈이 깊이깊이 쌓여서 두 발이 다 빠진 노인이 있었으나, 눈이 쌓이고 녹고 쌓이고 녹다가 이젠 다 녹아서 시간의 발자국이 몽땅 사라진 노인이 오랫동안 홀로 떨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