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 잠을 기다리며

사무엘럽 2021. 5. 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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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오지 않는 것이 벌이라면

 기다림은 괴로워야 한다

 잠을 기다리는 나의 자세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나귀처럼

 언제든 잠이 와서 끌고 갈 수 있게 목에 포승줄을 걸어야겠다

 침대 옆에

 줄을 메어둘 수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

 잠을 기다리며

 구덩이를 파야겠다

 깊어지는데......

 점점 깊어지는 것은 구덩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늘 밤엔 잠이 오는 것이 벌일지도 모른다

 내가 판 구덩이에서

 어수선하게, 죽은 사람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