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행숙 - 공범자들
사무엘럽
2021. 5. 2. 16:51
그날 밤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들은 내게 질문을 하지 말고 대답을 하라고 합니다. 깨진 진실의 한 조각을 그날 밤 내가 보았다고 합니다. 그걸 쥐면 칼을 쥐는 거라고, 칼을 쥐면 찌를 수 있다고, 드디어 우리는 세계의 거대한 고름 주머니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거라고, 너는 위대한 목격자라고 유혹합니다. 내가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추면 아름다운 항아리가 완성되는 거라고, 우리는 거기에 한아름 불타오르는 장미를 꽂을 거라고, 준비한 꽃이 시들면 안 된다고, 실망시키지 말라고 했을 때, 나는 사랑에 빠진 자의 무서운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보았습니까?
질문을 하지 않고 대답을 하면 내가 과연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요? 그날 밤 그, 그것은 나의 입김이었다고 말하면 안, 안 될까요? 추운 겨울밤에 어떤 사람들은 그런 허연 유령들을 쫓아 지그재그로 보도를 걸어가지 않습니까?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스르륵 사라지는 유령은 텅 빈 서랍입니다. 그 안으로 세계의 모든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하나의 세상, 그리고 세상이란 서로의 입술을 깨물며 노는 즐거운 이야기 지옥, 그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지 않을래? 나는 당신을 데려......가 완전히 묻어버리고 싶습니다. 내 무서운 사랑을 바로 당신이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