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성민 - 튜브와 큐브
사무엘럽
2021. 5. 1. 22:22
쓰러진 벽은 엎드려 자는 사람들 같다 두부처럼 예쁘게 자를 수만 있다면 한 개의 벽으로 천 개의 뒤통수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까 체크무늬 벽을 상상할 수 있다
흐느낄 일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벽을 짚었다 손으로 누르면 벽의 저쪽에서 무엇이 튀어나오게 될까 생각하면서 한손으로 벽을 짚으면 동전의 앞면처럼 얼굴의 한쪽이 부푼다
벽의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것은 유튜브나 빌리브가 아니다 타일 뒤에는 녹슨 튜브들이 있다 두드리면 오래된 음악처럼 물감이 흘러나온다 knock kncok knokin' on heaven's
door를 닫고 dual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잇몸이 자주 부었다 음악과 색깔을 다 구별해야 한다면 얼마나 슬플 것인가 그러니까 팔레트로 예쁘게 벽을 쌓은 큐브 같은 호텔을 상상할 수 있다, 섞이는
꽃병과 똥, 치약과 총, 불 꺼진 방이 돌아오거나 불을 켜놓은 방이 다시 사라졌고 음푹 들어간 벽이 얼굴로 보일 때마다 치약을 짜듯 옆방에서 아이들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