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성민 - 야경
사무엘럽
2021. 5. 1. 16:13
나는 방을 찾지 못한다 방은 희고 빛나는 것으로 가득하다
나는 나의 이름이 몬드리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몬드리안이어야 한다고 잠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장욱과 신해욱 중에서 누굴 더 좋아해야 하는지
나를 위해 잠깐만 헤어지라고 권고하면 어떨까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누워 있는 건 어떤가 불을 끄고 다 같이 폴란드 영화나 보자면 나를 때릴까
사람들은 어떻게 폴란드와 헝가리를 구별하는가 알지 못하는 장면이 알지 못하는 장면으로 태어나는 방을 훔쳐보며 혼자 운 것 같다
찢을수록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얼룩말 예를 들면 이스마엘
나는 방을 찾지 못한다 나는 가본 적 없는 도시들을 기억하고 있다 가령 샌프란시스코 비 오는 밤거리의 샌프란시스코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가본 적이 없는데
얼굴에 일렁이던 광장의 불빛이 기억난다 불 앞에 앉아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눈부신 붕대로 가득하던 방의 문을 열어본 기억이 난다 빛을 풀어내던 손들이 기억난다
나는 방을 찾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