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 - 시애틀
시애틀 시애틀 하는데 밤이 온다 밤은 어디에서 오는지 시애틀에서 오는지 양은 보이지도 않는데 메에에 양 우는 소리 들려 양을 센다 라이언 하나 라이언 둘, 하고 양을 센다 양을 세는데 라이언은 왜 튀어나온 것일까 고소한 흑염소도 아니고 무서운 라이언 양을 세다 말고 맥 라이언을 생각한다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는 부부다 맥과 톰은 틀림없이 부부고 부부니까 틀림없이 잘만 자고 그런데 왜 양들은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나는 누워서 자꾸 양을 세고 세계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생각하고 시애틀 시애틀 호텔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호텔의 이름이 길어서 잠이 오지 않는 것일까 양은 보이지도 않는데 메히힝 양이 울어서 오늘은 날이 샌다 어쩌면 양 우는 소리가 아니라 말 우는 소리일지도 몰라 스크린 경마장을 센다 왜 사람들은 기수처럼 등을 구부리고 자고 왜 말은 모두 서서 잠을 자는지 얼마나 공중에 중심을 분산시켜야 저렇게 서서 잠을 잘 수 있는지 세 번 질문 하고 세 번 이를 닦고 이를 닦을 때마다 치열이 치열하다 치열한 치열로 히히힝 누군가 우는 소리 들려 나는 이를 센다 이 세계의 상실은 어디에서 오는지 노르웨인지 마콘도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는 것들이 달려온다 사자처럼 달려온다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는 부부가 아니다 톰 행크스와 톰 크루즈가 부부다 톰은 사방에 숨어 있다 톰, 톰, 톰 어릴 때는 톰보이를 사러 동대문 시장을 돌아다녔지 다들 톰이 되고 싶었어 교실에서는 합창하듯 아이 엠 톰을 중얼거렸지 톰이 된 줄 알았어 미시시피의 톰 소여로부터 지붕 위의 고양이 톰까지 톰, 톰, 톰 톰은 사방에 숨어 있다 마구간에 엎드린 톰 베린저가 저격용 총을 들고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댈 때 파르르 넘어가는 톰슨성경 누가복음의 장면들 세상의 절반이 톰인데 왜 톰, 하면 크루즈미사일이 생각날까 숲이 슬피 울고 불면은 수면 위에 떠 있고 시애틀과 노르웨이와 마콘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과연 이 세계의 고독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계는 보이지도 않는데 메에엥 세계가 우는 소리 들려 톰 하나 톰 둘, 하고 또 이놈의 세계를 센다 호텔의 이름이 길어서 잠이 오지 않는 것일까 시애틀은 가본 적도 없는데 시애틀 시애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