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 그런 거 다 아는 거

사무엘럽 2021. 4. 21. 02:30

 

[창비]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시집), 창비 구관조 씻기기:황인찬 시집, 민음사 희지의 세계:황인찬 시집, 민음사

 

 

 저수지 옆 민물횟집에서 매운탕을 먹으면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송어의 효능, 메기의 흙맛

 

 창밖으로 보이던 잔잔하고 맑은 물

 저기 빠지면 죽겠지? 저런 데서 죽으면 민폐야

 

 그런 대화들

 

 소도시의 오래된 호텔, 낡았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방

 약간 놀랍고,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면 무감동한

 

 그런 거

 

 앨범을 뒤적이면 멋대로 조작되는 유년의 기억 같은 거 아름다움은 없고, 가벼운 흥분만 남는

 

 내부의 우리가 보았던 것은

 수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람

 

 보이는 것은

 사랑이 너무 지겨워서 자살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얼굴

 

 그런 두 사람의 얼굴이 창 너머의 저수지와 겹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