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황인찬 - 아카이브
사무엘럽
2021. 4. 21. 01:19
이 계단을 오르면 집에 이른다
제비들이 창턱에 앉아 뭐라 떠들고 있다
그것이 여름이다
장미가 피는 것을 보며 여름을 알고
무궁화가 피는 것을 보며 여름인 줄을 알고
벌써 여름이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지난여름에도 똑같은 말과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이 알아차림을 평생 반복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순간마다 여름은 창턱을 떠나 날아갈 준비를 한다
이 계단은 집을 벗어난다
여름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여름이 이리저리 피어 있는 풍경이다
낮은 풀들이 한쪽으로 밟혀 누워 있다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이 누적 없는 반복을 삶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이 시의 서정적 일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