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기리 - 여름 성경 학교
사무엘럽
2021. 4. 13. 23:12
예배가 끝나면 친구들과 모여 성경 구절을 나누었다
그날은 한 구절도 준비하지 못해 모임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이름도 모르는 친구가 사탕을 주며 웃어 주었다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한목소리로 읽던 날이었다
두 바퀴로 달리는 공원이 초록빛으로 가득했고
친구 뒤를 따라 페달을 밟으면
우린 어느새 원을 그리고 있었다
새 신발을 신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손차양을 하며
초대받은 친구 집으로 가는 길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풍경을 어지럽혔다
현관문을 열자
옆방에서 어떤 남자아이가 나와
내 입을 틀어막고 나를 소파에 강제로 눕혔다
분명 아무도 없다고 했는데
바지가 반쯤 벗겨졌을 때
친구가 다른 방에서 나왔다
구김이 많은 잿빛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집으로 거의 다 돌아와서 본 한쪽 신발 뒤꿈치가 꺾여 있었다
산책이나 하다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