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유림 - 물건의 미래
사무엘럽
2021. 4. 12. 18:51
물건의 미래는 미로에 달렸다 미로의 바닥과 벽에 달려 물건은 겨우 나아가지만 물건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물건은 앞으로 가다가도 벽에서 미래를 본다 벽을 타고 내리는 미로를 덮은 미래의 미로에서 미래를 보며 이것이 미래의 미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건은
미로에서 미래의 안정감을 찾는다 마음 놓고
좌표를 결정하고
갈등과 화합을 상징하며
끝나지 못하는 미래에 안주하고
바로 여기를 향해
드러누워 미로가 햇살에 부서지는 것을 보지만
부서지는 것은 유리가 아니고
꿀맛이 나는 플라스틱 미래로
물건은
그것을 집어 들어 혀끝에서 단맛을 느끼고 갈증을 해소한다
나와 마주보고 있던 물건은
미래는 미로에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물건은
미로에 진입했다
나는 미래의 출구가 미래라는 사실을 알려 주지 못했지만 물건은
지금 여기 앉아 잇는 나 김유림의 물건으로
물건은
물건은
지붕까지도 미로인 미래를 믿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따뜻한 잎새의 이미지가 되었다
비가 내리고
미로에도 이제 비는 내리고
어디? 꿈에선가
마지막 잎새는 있었다
잎새가 그려진 벽을 기점으로 김유림의 주택부지가 결정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