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유림 - J. 베이비
사무엘럽
2021. 4. 12. 18:00
베이비는 강둑을 걸으며 또 실수를 했다. 그 실수가 무엇인지 당신은 영영 알 수 없으리라. 왜냐하면 베이비는 너무 많이 입었고, 오래 침묵했기 때문에. 베이비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걷고자 했지만 시 당국에서 모래주머니를 쌓아 길을 막아 두었다. 너무 많이 입은 베이비는 모래주머니로 막힌 길의 경사면으로 기어 올라가 우회로를 찾을 생각을 단념했다.
베이비는 강둑을 걸으며 진한 가래를 뱉었다.
베이비는 강둑을 걸으며 자주 다리를 삐었다.
베이비는 강둑을 걸으며
나쁜 일만 겪었던 건 아니다. 가끔 비가 오고 우박이 떨어졌지만 볕이 좋은 날도 있었다. 베이비의 강둑 산책을 지금까지 지켜봐 온 사람들은 말한다. 베이비가 산책을 끝내고 골목 어귀의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경비원에게 인사를 한다. 장을 보러 나갔지만 아무것도 사지 않은 가벼운 손으로, 그의 머리칼에 붙은 빵 껍질을 떼어낸다.
여기까지 지켜봐 온 사람들은 알고 있다
베이비와 도망치고 싶어 했던
무수히 많은 사랑들이
어디에 정착했는지
종이에 귀를 대면 베이비가 진짜 이름을 알려 줄 것이다